대장암 2기 진단받은 할머니 6시간 복강경 수술받고 회복
노인들 체력·건강 좋아지고 수술·치료기술은 간편해져
'100세 암 수술 시대'가 열린 것인가.
102세 문귀춘 할머니가 대장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아 26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것이라고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김준기 교수팀이 25일 밝혔다. 1909년 태어난 문 할머니는 최근에 2개의 암 덩어리(직장과 대장)가 발견돼 지난 15일 복강경 수술을 통해 떼어냈다. 김 교수는 "문 할머니는 정상적인 회복 과정 중에 있다"고 했다.
- ▲ 대장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102세 문귀춘 할머니가 지난 23일 서울성모병원 의료진, 가족들과 축하 파티를 열고 있다. 문 할머니는 슬하 자녀들과 손자, 증손자, 고손자 등 모두 54명의 자손을 두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제공
◇전신마취 6시간 수술
국내에서 100세 넘은 환자가 장기(長期) 생존을 목적으로 전신마취를 통해 고난도 암 수술을 받아 쾌유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 100세 이상 환자의 경우, 심근경색증 때문에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히는 스텐트(금속그물망) 삽입 시술을 받거나, 백내장 때문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에 성공한 사례 등은 있었다. 하지만 이는 국소마취 수술이며, 수술 시간이 1시간 안팎으로 비교적 짧다.
집도의인 김준기 교수는 "대개 초고령 암환자는 수술과 같은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하고 증상 치료만 받는 경우가 많은데 문 할머니와 가족들은 완치에 대한 의지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환자의 아들 고모씨는 "어머니가 평소 절제된 생활습관으로 정신이 명료했고, 일상생활을 잘하셔서 앞으로도 계속 장수할 것으로 보아 수술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 고령 장수 사회가 되면서 100세 이상에서도 암 수술이 빈번해 질 것"이라며 "의료기술의 발달로 고령 환자 수술에 대한 부담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지난 9월 영국에서 99세 유방암 환자가 수술받은 바 있다. 이에 서울성모병원은 문 할머니 케이스를 한국기록원에서 관리하는 세계 기네스 기록 중 세계 최고령 암 환자 수술 부문에 등재할 것을 추진하고 있다.
◇100세 암수술 시대
100세 이상에서 수술 그것도 암 수술이 가능한 데는 현대의학의 발달과 암 생존율의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문 할머니와 같은 대장암의 경우, 과거에는 배를 여는 개복수술을 했다. 수술 부위가 크고 배 안의 장기를 손으로 조작하는 범위가 넓으면 수술 후 회복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만큼 후유증이 남을 확률도 높아진다. 하지만 요즘은 배에 1센티 크기의 구멍을 서너 개 뚫고 그 안으로 수술기구를 조직하는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하여 환자 부담이 적어졌다. 회복시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마취기술의 발달도 고령 수술을 가능케 했다. 환자에게 최소한의 마취제를 투여하고 수술 중 심장 혈압, 동맥 피의 산소 포화도 등 환자 상태를 즉각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게 됨으로써 전신마취에 따른 위험부담을 크게 줄였다.
암 치료 후 생존율도 높아져 100세 이상에서 암 수술을 받더라도 기대 여명을 늘릴 수 있게 됐다. 문 할머니처럼 대장암 2기인 경우 그대로 방치할 경우 1년 정도 더 살 것으로 예상되지만 암 수술을 받으면 5년 생존율이 80퍼센트에 이른다.
개인엔 축복… 건보재정엔 부담
65세 이상 가입자 10.3% 진료비 비중 32.4%, 급증세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11.9%인 고령화사회로 아직 일본(22%)보다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고령화 속도가 빨라 건보 지출 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건강보험 가입자 4913만명 중 65세 이상 노인은 506만명으로 10.3% 정도이며, 이들이 쓰는 진료비 비중은 32.4%이다. 2004년 22.8%에서 크게 높아졌다.
특히 초고령사회인 일본과 마찬가지로 75세 이상 고령층의 진료비 비중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75세 이상 노인 181만명이 쓴 진료비는 전체 노인 506만명이 쓴 진료비의 42%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노인의 월평균 진료비는 2004년 11만4203원에서 올 상반기 24만6664원으로 두 배가 넘었다. 전체 가입자 평균 진료비(7만6452원)의 3배이다. 75~84세 고령자는 29만810원, 85세 이상은 32만1064원이었다. 85세 이상은 2004년에 비해 4배 이상 진료비가 커졌다.
전체 건강보험료 부담도 계속 커지고 있다. 2005년 소득액 대비 4.31%였던 건강보험료율이 지난해 5.33%까지 높아졌지만 1조3000억원의 적자가 났다. 올해 보험료율은 5.64%였고, 내년에는 5.8%로 오른다. 그러나 내년에도 적자가 날 전망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건보 재정을 보험료로 다 메우려면 2050년에는 소득액의 38.17%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